참으로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되었네요. 설날에 또 좋은 추억이 많이 생겨 나누고 싶어서 포스팅합니다. 







일단 설날에 먹는 맛있는 것! 홍콩은 전통적으로는 설 휴일에 상점들이 긴 휴일을 갖기 때문에 (요새는 설 첫날 하루만 쉬고 나머지는 정상영업하는 데도 많습니다, 특히 슈퍼같은데) 쿠키며 이런저런 간식거리를 많이 사 놓고, 또 서로 선물합니다. 뚜껑 달린 둥그런 그릇에 복스럽게 담아 두고 먹습니다. 


또 하나의 맛있는 간식거리는 통윤 (탕완)인데요, 마르코네 가족은 홍설탕과 생강을 넣어 끓인 통숴이 (탕수)에 넣어 먹습니다. 중앙 난방이 전혀 없는 홍콩에서의 나름 추운 겨울밤에 먹기 딱 좋아요. 


이번에 탕수 만드는 법을 배워서 자색 고구마 소와 땅콩소가 들은 탕완을 만들어 먹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서 기뻤어요. 자색 고구마 탕완은 정말 맛있으니 홍콩에 오신다면 꼭 드셔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보통은 Park 'N Shop 이나 Wellcome같은 슈퍼마켓 냉동식품 코너에 있습니다만, 없는 데도 있으니... 굿럭!








초하룻날에는 웡타이신 사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제작년 쯤에 대나무 통을 흔들어서 점치는 걸 해 봤는데, 그걸 하면 다시 와서 신에게 감사를 드려야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빌은 소원도 이루어졌기 때문에 겸사겸사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안그래도 고층 아파트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데, 설 즈음에는 이렇게 더더욱 복작복작 합니다. 아주 사람이 많았습니다. 오후 서너시쯤 나갈 때 돌아보니 인파가 더 많아져 있었습니다. 설 연휴에 들릴 예정이시라면 일찍 가시는 걸 추천.


설 직전까지 우중충하고 추운 날씨였는데, 딱 맞게 활짝 개인, 포근한 날씨여서 나들이하는 기분이 납니다. 푸른 하늘은 정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힘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입구의 상점들 중 하나에서 향과 일이 잘 돌아갈 것을 기원하는 바람개비를 샀습니다. 온 가족의 평안을 기원하는 메세지가 붙어 있습니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홱홱 잘 돌아갑니다. 잘 안 돌아가는 녀석도 있으니 잘 골라서 사세요.







사원 입구에는 기린 한쌍이 있습니다. 좌측엔 새끼를 움켜쥔 암컷, 우측엔 여의주를 쥔 수컷이 있습니다. 보통은 코를 만지고, 아기를 원하는 사람은 새끼를 만진다고 합니다. 저는 코만 만졌습니다. 수컷은 나오는 길에 만졌습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늠름한 십이지 동상들이 있습니다. 각자 표정과 포즈, 의상과 들고 있는 물건이 달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사람들을 따라 가면 계단을 내려가 향에 불 붙이는 곳에 다다르게 됩니다. 지정된 곳에서 향에 불을 붙여 들고 사원 중심부로 향합니다. 이때 향의 연기가 눈과 코를 마구 공격하니 좀 민감하신 분은 마스크와 넓은 선글라스를 추천합니다. 저는 눈물 콧물 빼고 머리까지 지끈지끈 몽롱해져 와서 후회했지만 저의 실수는 누군가의 배움이 될 수 있으니 꼭! 마스크나 스카프 준비하세요. 그리고 내 뒷사람의 향에서 떨어진 재가 머리나 어깨 등에 떨어질 가능성이 99.999%이니 후드티 같은 걸 추천합니다. 안그러면 머리카락에 연기 냄새 장난 아니게 뱁니다.






올해에 특별히 발렌타인스 데이가 가까워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인연을 뜻하는 빨간 실을 매는 나무와 좋은 인연을 찾거나 현재의 인연을 소중히 이어나가는 소원을 비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저곳에 소원을 적는 벽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한글도 꽤 보이더군요! 왠지 모르게 반가웠습니다.






초이튿날에는 마르코네 가족들과 마작을 했습니다. 하도 오랜만에 해 보는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 했는데, 얼떨결에 첫 판을 이기게 되었습니다. 이때 4달러 따고 그 뒤로 계속 져서 28달러를 잃었습니다 ㅎㅎㅎㅎ 전 워낙 도박, 게임을 잘 안하고 또 잘 못해서 몰랐는데 첫끗발이 개끗발이라는 말, 정말이었습니다.







마르코네 아버지께서 제가 사온 파인애플로 구로욕 (탕수육같은 요리)를 해 주셨는데 파인애플이 아주 맛있어서 요리가 더 살았다고 칭찬 들었어요! 역시나 전복, 해삼, 새우, 굴, 관자 그리고 생선 등의 해산물이 주가 된 한상이었습니다. 


이렇게 홍콩에서 저는 설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즐겁고 행복한 새해 되시길... 전복스마일!





WRITTEN BY
krhk
수 - 몸은 홍콩에,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달리 명시되어 있는 않는 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불펌금지. All content © 2015 Sumin Cho unless otherwise stated.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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