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하는 포스팅이다.


블로깅을 내 재개하고 싶었지만


우울증, 큰 인생 결정, 반려동물의 죽음, 이사 등 잡스러운 에너지소모가 많다가


요새 회사일도 덜 바빠졌고 해서 드디어.





헬조선에 진절머리가 나 뜨고자 하는 로동자들에게


어제의 19대 대선 결과는 굉장히 고무적이나


솔직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체감하는 지난 10년간의 폐해가 그리 빨리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그리고 누구든 해외생활을 해 보는 것은 참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의 홍콩에서의 직장생활에 대해 적어 보고자 한다.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블로그 읽는 걸 참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성공적인 블로거들의 양대 산맥인


명품과 여행과 완벽한 인스타 사진으로 가득찬 아름다운 삶이나


방구석 장판디자인의 대가인 철학적인 백수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침대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내 소망과는 달리


매달 연명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그저 그런 애매한 삶을 산다.


딱히 내세울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평범하지도 않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내 경험은 보편적인 팁이 될 수도 있고


너무나 특수한 케이스일 수도 있으나 아무튼 내 취미이자 특기인 맨땅에 헤딩하기가


누구에게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적어 본다.





홍콩에서 살고 싶습니까? 홍콩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1. 어학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토익 토플 점수는 필요없고 (물론 이력서에 적어두면 좋지만 한번도 누가 시험 점수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다)


실제로 외국인들과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그렇게 영어를 잘하면 뭐하러 홍콩따위엘 가냐" 라고 한다면 뭐 할말은 없다)


영어권 사람처럼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다.


여기 사람들도 엑센트 심하고 (홍콩글리쉬 ㄷㄷㄷ)


일하며 접하게 될 인도나 싱가폴 사람들은 두말 할 거 없지만


그래도 영어나 중국어가 없으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최소한 영어와 한국어, 혹은 중국어 (광동어, 만다린 상관없다) 와 한국어 2개국어로 자유자재로 의사소통 할 수 있어야 하고,


영어, 한국어 그리고 중국어 또는 일본어 3개 국어를 할 줄 안다면


그 외 아무 스킬이 없어도 직장 구하기가 어렵지 않을 정도로 어학능력은 인력 시장에서 아주 큰 통화가치를 지닌다.





2. 일찾기


당연하겠지만 홍콩 기업에서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비자 신청에 합당한 이유를 대야 하는데,


전문적인 분야의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채용된 것이 아닌 나같은 찌질이에게 있는 기회는


바로 다국적기업의 한국 고객 응대 관련, 한국 기업의 홍콩 지사 업무 혹은 다국적/로컬 기업의 한국관련 업무 (소싱, 리서치) 와 같이, "한국인을 고용해야만 하는" 업무 등이 있다.





난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현지 구인구직 웹사이트를 통해 취직을 하게 된 케이스인데,


이곳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웹사이트는 JobsDB가 단연코 1위인것 같다.


그 외에 Monster, CPJobs (구 ClassifiedPost), LinkedIn,


그리고 홍콩 한인신문 수요저널위클리홍콩에도 이따금씩 구인광고가 올라온다.


그 외에도 대기업들은 자체 웹사이트에 구인섹션이 마련돼 있으니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산업/직종이 뚜렷하다면 이 방법 또한 좋다.


Protip: 가장 편한 방법은 JobsDB에 계정 만들고


Korean 또는 Korean speaking으로 검색어 이메일 알림을 등록해 두면,


매치되는 구인광고가 올라올 때마다 이메일로 알려주니 이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물론 머피의 법칙대로 내가 필요한 때에는 좋은 일자리가 절대로 올라오지 않는다는 게 함정.





구직 광고는 기업 자체에서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헤드헌터를 통해서 올리는 경우가 많다.


유능한 헤드헌터는 구직 자체 뿐만 아니라 연봉협상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정말 유능한 사람들은 한 회사에 오래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네트워킹해두면 좋다.


실제로 내 주변에 아는 사람 생일파티엘 갔다가 만난 헤드헌터를 통해 이직한 사람도 봤다.


내 현 직장을 찾아준 헤드헌터 역시 연봉협상에 도움을 준 아주 멋쟁이.


연봉협상에 대해선 좀 더 밑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3. 지원과 면접

마음에 드는 구인광고를 발견하면 웹사이트 폼을 통해 지원하거나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영문 커버레터와 이력서 (워드나 PDF로 첨부) 를 보내 지원한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점은


일반적인 경우, 대다수의 회사들이 답장을 하지 않을 것이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이력서를 100개 보내면 오는 답장은 10개 미만이다.


따라서 너무 상심 말자. 운이 좋으면 한개 넣어서 될지도 모르고.





일반적으로 면접 보기 전에 전화 통화를 먼저 한다.


헤드헌터가 등록한 광고라면 회사 정보가 정확히 나와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첫 통화 때 나에 대한 간략한 자기소개와


광고중인 자리와 회사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를 교환하고, 면접 약속을 한다.


보통 리크루팅 회사에 가서 헤드헌터와 먼저 만나보고, 그 뒤에 회사 실무자와 면접을 하게 된다.


따라서 면접은 2-4회 정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헤드헌터와 면접 중에 페이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데


마지막 월급이나 원하는 월급보다 적을 경우엔 보통 그냥 걸러낸다.


또 한가지는 대부분의 큰 회사는 채용 전 뒷조사를 하기 때문에


(reference 에 연락 등) 경력 관련 거짓말은 안 하는게 좋을 것이다.





채용될 경우, 빠르면 면접 당일, 아니면 며칠 뒤에 정식 오퍼를 받게 된다.


오퍼를 받고 나서도 일정 수준 연봉협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연봉협상은 도박이기 때문에 레버리지 (더 많은 돈을 준다는 다른 회사)가 정말로 있는 편이 좋다.


괜히 뻥카치다가 이쪽도 오퍼 취소하면 오함마로 손 날라가는것과 다름없으니까.


나같은 경우는 담이 작아 (평소에 도박 못함. 개호구임) 쫄려 뒤지시는줄 알았다.


현 직장 (A) 그리고 다른 회사 (B) 두 군데에서 오퍼를 받았는데,


B는 월급은 좀 더 작지만 보너스를 주고 직종이 달라 흥미롭기는 한데


멀고 교통이 안좋고 뭔가 인사부 사람이 좀 이상했고


A는 이전과 같은 직종이지만 회사가 더 가깝고 보너스가 없었다.


그래서 될대로 되라라는 생각으로 A쪽 헤드헌터랑 상의해서


"B쪽에서 주는 보너스까지 합하면 월급이 x니까 너네가 거기보다 더 안주면 안갈래"


이랬는데 그게 바로 금요일이었다. 주말 내내 가슴을 움켜쥐고 배배 꼬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날 밤에 바로 오케이 받아서 (당시 A쪽 인사부 사람도 빠릿빠릿했음) 인생 첫 연봉협상 성공을 얻어걸렸다.





오퍼를 받아들이면 사무실에 가서 계약서에 사인하고 잠정 업무시작일 (보통 한달 뒤) 을 정한다.


이 때 비자 신청 서류를 주는데, 이것과 기타 증빙서류를 가져다가 완차이에 있는 출입국관리소에 제출하면 된다.


이미 있는 정식체류비자가 만료되기 몇 주 전이 아닌 이상, 예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첫 비자이거나 중간에 갈아탈 경우에는


하루에 얼마 되지 않는 walk-in quota에 포함되기 위해 새벽에 가서 줄을 서야 한다.


(이것 때문에 전날 밤부터 노숙하는 동남아 가정부들도 꽤 있다)


서류 제출 후 문제가 없을 시 약 한달 뒤에 비자가 나왔다는 연락이 온다.


첫 워킹비자의 경우, 내 기억이 맞다면 먼저 홍콩 국경을 벗어나갔다 와야 효력이 발생하고


(편도 1시간인 마카오에 잠깐 다녀오는게 제일 편하다)


그 뒤에는 인터넷으로 예약한 뒤 홍콩 ID (주민등록증) 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드디어 새 직장이 생겼다! 예이!!


이 뒤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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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k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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