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는 일요일. 


주말 아점으로는 모름지기 얌차 飮茶 (딤섬을 먹다-의 동사형) 가 제맛.


내가 책임지고 여러분 모두 딤섬 200%로 즐기실 수 있도록, 


홍콩영화 속 주인공의 휴일처럼, 현지인들처럼 딤섬먹는 법을 가르쳐 드리겠음.



준비물: 돈, 휴대용 티슈팩 (템포 브랜드가 최고다), 그리고 이 포스트.


대부분의 로컬한 홍콩 음식점들에서는 휴지를 제공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떡볶이 노점에서도 휴지를 주는데.. 여튼 왓슨스나 매닝에서 한세트 사두면 좋다.







이곳은 우리집 근처 괜찮은 딤섬집. 


稻香 Tao Heung

또우헝

dàoxiāng


지점이 여러 곳 있는데 먹어본 곳 중에서는 이곳 완차이점이 맛있는 듯 하다.


잘 알려져있지 않은 것 같아 소개 겸 (나의) 편의상 여기서 오늘 수업을 진행하겠슴미다.


참고로 이 수업은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고급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주문방식과는 다르고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일반적인 음식점에서 통용되는 것임을 미리 밝혀두고 싶다.


주소: 

香港灣仔軒尼詩道338號北海中心2樓

2/f, CNT Tower, 338 Hennessy Rd, Wanchai, Hong Kong







완차이 지하철역/페리선착장, 또는 코즈웨이베이역/타임즈 스퀘어 쇼핑몰 근처라 일정에 넣기 편할듯. (완차이 지하철역과 코즈웨이베이 지하철역 중간 쯤 위치하고 있다)




헤네시 로드 길가에 건물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위의 간판이 보임.


거기서 또 옆이 둥그런 계단을 올라가면 계산대가 보임.







계산대 한쪽에는 이런 모니터가 있어 인원 수를 입력하고 초록색 "확정" 버튼을 눌러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 


좌측의 대기인수가 0이면 안 뽑고 바로 직원에게 안내해달라고 하면 된다.







차례가 되어 윗쪽 모니터에 번호가 뜨면 직원이 자리로 모셔다 드림.


인원이 1-3명일 경우, 다른 사람들과 테이블을 셰어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여기서 대단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로 눈치보이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보통 자리로 안내하며 "얌메에차 茶" 라고 어떤 차를 마시겠냐고 물어본다.


팃쿤얌 (철관음 - 우롱차), 보ㄹ레이 (보이차), 싸우메이 (가장 보편적이기 때문에 어버버하고 있으면 아마 이 차를 줄 것이다) 등을 주문하자.







테이블에는 아마 위와 같이 세팅이 되어 있을 것이다. 


차와 큰 그릇이 도착하지 않았다면 일단 메뉴를 고르고 있으면 된다.


참고로 위의 분홍색 빈 공간이 프린트된 카드는 음식을 받을 때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이 음식을 가져다 주면 이 카드를 제시해줘야 한다.







이 메뉴는 시시때때로 바뀌기 때문에 위 사진은 참고만 하시기를.


추천메뉴는 밑에 적었음.







메뉴 종이에 먹고싶은 아이템 표시를 해서 직원에게 건네주면 된다.


주문을 마쳤으면 이제 그릇을 씻을 시간. 


이 관습은 이전 음식점들이 설거지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생겼다고들 하는데,


내 생각으론 현재엔 위생보다는 일종의 사회적 의식 ritual 으로써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어쨌든 여기 사람들은 얌차할때 거의 항상 이렇게 그릇을 씻으니 


이왕 온 김에 한번 로마법을 따라해 보는 것도 재밌을 듯. :)


저 작은 밥그릇이 앞접시로 쓰인다. 


차나 뜨거운 물을 조금 붓고 컵과 수저를 넣어 저렇게 돌려주며 씻는다.


다 씻은 물은 아까 그 큰 그릇에 버린다. 젓가락도 그릇에 대고 헹군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소스를 가져와도 좋다. 


직원에게 달라고 해야 하는 음식점도 많으나 이곳은 셀프 서비스이다.







그릇을 다 씻었으면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담소를 나누며 차를 따라마시면 된다.


얌차할 때 다른 사람이 차를 따라주면 손가락 두세 개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어 번 두드려서 고맙다고 인사한다.


여기에는 사실 굉장히 흥미로운 배경이 있다. 딤섬의 전설이라고나 할까?


옛날 옛적, 청나라 건륭제가 신분을 숨기고 강남지역을 시찰하고 있을 때


식사중 동행한 신하들에게 차를 따라주었는데,


황제가 직접 차를 따라준다는 것은 몸이 가루가 날 정도로 황송한 일이지만


절을 하거나 할 수는 없으니 한 똑똑한 신하가 손가락 세 개로 식탁을 두드려 


(큰절을 할 때 모습처럼 한 손가락은 머리, 나머지 둘은 양 팔을 나타내어) 


그 감사의 의미를 대신 전달했던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Protip: 윗 사진처럼 찻잔 가득 따르면 뜨거워 잡기 힘드니 약 1센티정도의 공간을 두자.


그리고 또 한가지 주의점: 딤섬 음식은 보통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풋사과 블로거가 사진 찍기 좋도록 한꺼번에 나와주지 않고


자비없이 따로 따로 따로 따로 나온다.


때문에 여유있게 식사를 즐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시간이 없어 후딱 한 끼 해결해야 할 때에는 차찬탱이나 패스트 푸드를 이용하시길.


어떤 대륙 관광객이 30분 안에 자기가 주문한 음식이 다 나오지 않았다고 클레임을 걸길래


응대하는 직원도, 주변에 다른 손님들도 어처구니 없어하는 걸 보고 가슴이 아팠다.


관광객이라서 모를 수도 있지. 단지 여러분은 그렇게 바보 취급 당하지 않기를 바랄 뿐.




추천메뉴 (대부분 다른 딤섬집에서도 판다): 


하가우 蝦餃 Har Gau

메뉴는 대부분 5글자인데 앞의 이상한 수식어 빼고 마지막 두글자에 이 단어를 찾으면 된다.

가장 유명한 딤섬일 듯. 쫀득쫀득한 껍질 속 탱탱한 새우와 돼지고기 다짐육 등이 들은 만두. 

맛 없기 힘들다. 어지간한 데에서는 다 맛있다. 

주의사항: 김이 모락모락 난다면 껍질이 찢어지기 쉬우니 좀 기다렸다 먹자.





차씨우청 叉燒腸 Char Siu Cheung Fen (Rice Roll)

이것도 뒷 세글자만 보면 된다. 청펀 이라는 얇게 쪄낸 쌀가루피 속에 차씨우 - 꿀을 발라 구워낸 돼지고기 조각이 들어가 있다. 일반적으로 차씨우청에는 고수를 넣으니 고수를 싫어한다면 소고기나 새우 등 다른 속재료의 청펀을 주문하는 것도 좋을 듯. 





라이웡바오 奶黃包 Custard Bun

커스터드가 들어 있는 찐빵. 뜨거울 때는 커스터드가 묽어 쉽게 흘러내리기 때문에 먹을 때 입을 데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라이웡바오가 없다면 라우사바오 流沙包 도 비슷한 것이니 이걸 주문해도 된다.





아우욕카우 牛肉球 Beef Balls

아삭아삭한 마타이 荸薺 (올방개, water chestnut) 가 들어 있는 부드러운 소고기 완자. 깃잡 (우스터소스) 와 최고의 궁합이다.





자하벵 炸蝦餅 Fried Shrimp Cake

새우로 만든 어묵같은 것. 마지막엔 튀겨서 겉이 바삭바삭하다. 옥수수가 들어 있다.





그리고 아쉽게도 이번에 주문하지 않아 사진이 없지만 추천하는 메뉴:


엄춘단씨우마이 鵪鶉蛋燒賣 Quail Egg Siu Mai

또다른 유명 딤섬인 씨우마이 업그레이드 버전. 위에 메추리알이 올려져 있고 노란 껍질이 아닌 흰 껍질에 쌓여 있다. 내가 느끼기에 일반 씨우마이에 비해 맛이 더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차씨우바오 叉燒包 Char Siu Bun

꿀 바베큐 돼지고기가 들어간 찐빵. 달착지근한 소스가 일품이다.







맛있게 식사를 마쳤으면 분홍색 카드를 들고 계산대로 가서 계산하면 된다.


참고로 오늘 식사는 2명이서 6개 메뉴를 먹었고 146HKD 가 나왔다. 


또 알려드리고 싶은 점은 이런 음식점에서는 보통 아침과 점심 (간혹 애프터눈 티를 하는 데도 있음) 까지만 딤섬을 하고 저녁때는 일반 중국음식점이 된다는 사실이다.


저녁이나 심지어 새벽에도 딤섬을 먹을 수 있는 딤섬 전문점들도 있으니 다중에 포스팅해보도록 할게여.


이상 합리적인 가격으로 현지인들처럼 딤섬 먹기였슴미당. 다음에 또 만나여.






WRITTEN BY
krhk
수 - 몸은 홍콩에,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달리 명시되어 있는 않는 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불펌금지. All content © 2015 Sumin Cho unless otherwise stated.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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